♣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키보드 두드리는 참새 / 유홍준

시인 최주식 2010. 1. 28. 21:42

키보드 두드리는 참새 / 유홍준

 

 

저기 우리동네 공터에
키보드
하나가 버려져 있다

 

산책을 나올 때마다 그것이 자꾸 내 눈에 들어온다

 

모니터도 없고 본체도 없고
흰 키보드 하나만 달랑 ……
…………………………………………

 

타다닥 타다닥 타다다닥……………………

 

참새들이 부리로
쪼고 있다. 두드리고 있다

어디론가 끊임없이 교신을 보내고 있다

 

햇살도 환한 봄날 오전에
버려진
냉장고 옆에서
버려진 자전거 옆에서 버려진 의자 옆에서

 

버려진 키보드를
타다닥 타다닥 타다다닥…………
……………………………………………………


<마루문학>제27호에서  

 

 

 

                                                           유홍준 시인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2004년 '상가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
2006년 '나는, 웃는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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