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등 한 알 / 이종섶
검은 탯줄에 매달려 있는
새알 하나
밤마다 부화를 꿈꾼다 가수면 상태인 무정란의 슬픔이 바퀴도 없는 페달을 밟는다 빛의 조각들을 주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회오리바람 머물다간 구릿빛 양철지붕의 빈집은 마른 잠만 자다 밤이 되면 슬며시 일어나 대문 밖에 조등을 내걸었다 태어나자마자 시력을 잃어버린 그의 안구는 날마다 불을 켰다 껐다 반복했을 뿐 한번 들어간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창살 없는 새장이 울고 있는 새벽 임시로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 아직 남아있는 몇 인분의 불을 밝혀 산 자들의 목숨을 확인하는 시간,
어미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동인집 <시에 체하다> 2007 문학의전당
이종섶 시인
1964년 경남 하동 출생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2007년 기독교타임즈문학상 시 당선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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