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흰자두꽃 / 문태준

시인 최주식 2010. 1. 28. 22:24

흰자두꽃 / 문태준

 

 손아귀에 힘이 차서 그 기운을 하얀꽃으로 풀어놓은 자두나무 아래

 못을 벗어나 서늘한 못을 되돌아보는 이름모를 새의 가는 목처럼

 몸을 벗어나 관으로 들어가는 몸을 들여다보는 식은 영혼처럼

 자두나무의 하얀 자두꽃을 처량하게 바라보는 그 서글픈 나무 아래

 곧 가고 없어 머무르는 것조차 없는 이 무정한 한낮에

 나는 이 생애에서 딱 한번 굵은 손뼈마디 같은 가족과

 나의 손톱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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