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 이은봉
오늘밤 나, 냅다 떡, 되어 버렸다
떡, 하니 무릎을 치는 순간
한 손에 떡, 시루떡을 들고
입 딱딱 벌려대고 떡떡 떼어먹는
한 사내의 떡진 얼굴
눈망울 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저게 누구지? 떡에 취해
떡 되어 버린 나? 내 속의 또 다른 나?
실은 그도 남이지 남몰래
나와 은근슬쩍 거래를 하며
오늘밤 떡, 시루떡 되도록 취해
딱딱 주절대고 있는 남!
참 한심한 내 속의 또 다른 나?
저게 누구지? 함부로 제멋대로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자신의 생
차마 어찌하지 못하고
한 사내 딱딱, 입벌려 떡, 시루떡
떼어먹고 있다 이 사내
나 자신인지도 모르고
오늘밤 냅다 떡, 되어 버린 나!
떡떡, 떡되어 버린 참 한심한 사내!
시집 <책바위> 2008. 천년의시작
이은봉 시인
1953년 충남 공주 출생. 숭실대 문학박사.
1983년 <삶의문학> 제5집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
시집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평론집 <실사구시의 시학> <시와 리얼리즘> <진실의 시학> <시와 생태적 상상력>, 연구서 및 시론집 <한국현대시와 현실인식> <화두 또는 호기심>, 한성기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계간 <불교문예> 주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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