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사원·1 / 조정인
저 꽃그늘로 가면 백발이 성성하리라 이내 하얀 운구가 나가리라
목련 필 때면 연립주택 3층에 사는 나는, 앞집 또는 그 너머, 먼발치 안마당에 들인 목련 흰 탑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저절로 성지를 향해 등뼈를 곧추세우는 목련교도가 된다
다 이루었다,*
허공중에 아른아른 드러나는 빠스카**의 늑골, 해마다 백향목에 못 박히러 오는 한 사나이처럼 꽃들이 제 옛 주소지에 당도한다
들끓는 지열로부터 길어 올린 빛의 金屬이 가지 끝에 이르러 차갑게 제련된다 극한의 흰, 종으로 빚어진다
다 이루었다,
바람이 일자 꽃과 꽃의 간극이 간절해지며 소리의 사금이 희미하게 번져간다… 나무는 제 죽음의 목전에서 한 번 환하다 나무가 전신으로 조종을 운다 백향목 위의 사나이가 예정된 날들을 울고 간다
* 다 이루었다: 요한복음 19장 30절― 예수께서는 신 포도주를 맛보신 다음 “이제 다 이루었다.” 하시고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었다.
** 빠스카(Pascha): (히브리)지나치다. 가톨릭- 부활(절).
조정인 시인
서울 출생
1998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제2회 토지문학제 시부문에서 대상
2004년 시집 -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천년의 시작)
2007년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 '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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