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동물 이야기 6 / 권혁웅
― 늑대인간
사람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늑대인간이 된다 양변기 위에서 목을 빼고 울부짖거나 그녀의 옷 속에 함부로 스며들고 싶은 자들 그리고 급여일을 기다리는 이들이 그렇다
첫 번째 사람들은 오래 올라앉아 울다가 결국 피를 보고야 만다 양변기 가득 떠오르는 붉은 만월이 탈장(脫腸)의 추억을 수식 할 뿐이다 시도 때도 없는 달거리는 두 번째 사람에게도 있다
그녀의 옷 속에, 몸 속에 둥지를 틀 때까지 그들은 온통 달뜬 상태다 개봉과 밀봉을 반복하는 봉투 운동이 세 번째 사람들의 벌린 입과 핏발 선 눈을 설명해 줄 것이다
길에서 엉기적거리며 걷거나 한여름에 여학교 앞에서 롱 코트를 걸친 이를 본다면, 혹은 당신 옆집과 앞집과 뒷집과 윗집과 아랫집의 가장을 본다면 이 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시다시피,
늑대 인간은 달과 관련돼 있다
시집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2007. 민음사
권혁웅 시인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으로 등단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저서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시적 언어의 기하학>
2001년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문학세계사
2005년 <마징가 계보학> 창비
현재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
문예중앙' 편집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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