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여자공감 | 안은영 지음 / 서른 언저리 여성이여, 방황하고 있나요

시인 최주식 2010. 1. 29. 21:24

 

여자공감 | 안은영 지음 | 해냄 | 276쪽 | 1만2000원

좌충우돌 신입사원 시기만 벗어나면 모든 게 쉬워질 줄 알았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직장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는 더욱더 모르겠다. 다크서클과 눈 밑 주름도 마다 않고 일에만 모든 것을 걸었는데 과연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아, 나는 과연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당당하고 씩씩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혼란과 방황으로 점철된 내면을 지닌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사회생활 지침서다.

15년차 기자인 저자는 직장 내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후배에게 "누가 네 편인지는 세월이 가르쳐주는 것이니 안테나를 절대 접지 말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믿었던 상사·친구·파트너에게 버림받았을 때 등이 굽고 허리가 꺾일지언정 무릎까지 꺾지는 마라. 너를 일으켜 세울 누군가의 마음을 위해 최소한의 힘을 남겨둬. 그때 너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을 잊지 마. 그 사람이 나중에 너를 버리면 어쩌나, 라는 피해의식에 젖어 의심하지 마."(99쪽)

후배의 일중독증을 지적하면서 일에 빠져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남들처럼'이라는 잣대에 매몰되지 말고 서른 살 언저리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물리적 성공과는 다른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올해 마흔 살, 전작 《여자생활백서》로 20~30대 여성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저자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법,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통해 성장하는 법, 여자 후배들에게 편안하고 좋은 멘토가 되는 방법 등 사회생활하는 여성들이 참고할 만한 팁들을 다정한 어조로 차근차근 들려준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은 '이유 없이 억울하고, 나만 뒤처진 것 같고, 세상이 나를 몰라주는 것만 같았던' 몇년 전 어느 날, 퇴근길에 충동적으로 고속버스를 잡아타고 전주 집으로 내려간 저자에게 어머니가 들려주었다는 위로의 말이다. "싫은 일은 하지 마라. 미운 사람은 만나지 마라. 가기 싫은 자리 가지 말고, 먹기 싫은 건 먹지 마라. 엄마가 살아보니 인생은 짧더라. 경우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너 자신한테 먼저 집중하고 살아라."(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