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요강에 핀 목단 / 손수진
봄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던 어머니가
명아주지팡이를 잡고 뒤뚱뒤둥 걸어가
목단꽃 무더기 앞에 오래 앉아 계시더니
뭉텅 뭉텅 한 아름 꺾어놓고
집안팍을 몇 바퀴 돌아
보물이라도 발견한 양 얼굴 가득 홍조를 띠우더니
시집 올 때 가지고 온
다락에 처박아둔 지 오래된 놋요강을 가지고 나와
수돗가에 앉아 오래 문질러 닦으신다
반짝이는 놋요강에 붉은 목단꽃 꽃아 안고
빙그레 꽃처럼 웃으시며
아가, 이쁘쟈?
저 환장할 빛깔 때문에 모다 꺾어 왔는디
아무리 찾아 봐도 꽂을 데가 있어야제
나야 이제 꽃 필일 없으니 니 방에 놓아 둬라
<애지>200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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