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닭을 잡아먹자 / 이원규
외로워서 안 되겠다
저 닭이라도 잡아먹자
산중의 외딴집 찔레 덤불 억새밭에
정란아 유정란 잘도 낳더니
족제비 사냥개들에게
하나 둘 목울대를 내어주고
앞마당의 검은 이단자 오골계와
꼬끼이 ㅋㄹㄹ
끝끝내 득음 못 한 장닭마저
내장이 드러나고 말았으니
정란아 무정란 외로워서 안 되겠다
하릴없이 박제된 날개 퍼덕이는
청상의 저 닭이 외로워서 안 되겠다
잡아먹자 저 눔의 씨암탉
고갈된 눈물샘 자꾸 쪼아대는
깃털로 위장한 저 비애를 잡아먹자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2008년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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