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안부 / 유순예
스무 살 그녀를 꼬득이던 스물 다섯의 청년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그 전주 거시긴디요 유순예씨 맞는가요? 호적부 뒤적거려서
수년 전에 찾아냈는디 손가락이 떨려서 이제야 전화를 했네요
아침밥 해서 애들 둘 학교에 보내고 큰놈은 대학생이 되어 타지로 나가고
마누라 몸이 성치 않아 안팎일 하느라 머리가 희끗희끗헌디,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가요?, 이녁은
마흔 둘 시를 쓰던 그녀가 마흔 일곱 공무중이라는 그에게 대답했다
비 오는 날이면 계집아이로 거슬러 올라가 토란잎 따서 머리에 쓰고
눈 오는 날이면 창 밖을 내다보며 식은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고
오늘처럼 바람 부는 날이면 그 바람 따라 흔들리며 살았다, 왜!
〈주변인과 詩〉200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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