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스 / 이동호
부산행 무궁화호 4호차 8번 좌석에 앉아
7번 좌석의 그녀를 빨고 싶었다
그녀는 지친 몸을 의자에 묻은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평소 풍만한 가슴을 좋아했으므로
그녀의 잠든 몸에 빨대를 꽂고 싶었지만
그녀의 애인이 아니어서
혼자 안타까워져갈 무렵이었다
기차는 수원역을 지나고 조치원을 지나고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나무들이 세상의 아랫도리에
뿌리를 꽂고 쪽쪽 빗물을
부끄럽게 빨아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대전이 기차를 멈추어 세웠을 때
그녀가 짐을 챙겼다
그녀가 내 생각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자꾸만 시선이 미끄러졌다
그녀는 한 번도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기에
내 속에서는 그녀가 넘칠 듯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계단을 벗어나 역사 앞에서
지금 누군가와 키스를 나누고 있을 터였다
질투가 단맛처럼 돋았다 그러나
신맛이 약간 도는 나의
아 사과 맛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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