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한 나무 / 김석규
나무는 누워서 이사를 간다
받치고 섰던 하늘 더 멀리까지 내다보려고
나무는 누워서 이사를 간다
언제 했는지 이발을 하고
풀려서 너풀거리는 소매도 걷어붙이고
서서 자는 나무는 침대가 없다
잎새로 바람을 잣는 나무는 선풍기가 없다
항시 햇살을 이고 선 나무는 난로가 없다
그 흔한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없이
단지 그늘만 키우는 제 몸 하나에
더는 깨지지 않도록 새끼로 동여맨 밥그릇
양말도 벗은 발목에 매달고
나무는 누워서 이사를 간다
- 시집 『청빈한 나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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