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 박성우
염소를 얻어다 풀길에 맨다
염소는 종일 풀길을 먹는다
음매에헤 음매에헤
고삐가 내주는 길이만큼 풀길을 먹는다
야금야금 뜯어먹힌 풀길이
불룩불룩 울룩불룩 뱃속으로 들어간다
뒹굴뒹굴 둥글둥글
뜯어 먹힌 풀길이 똥글똥글 쏟아진다
까마득 뜯어 먹힌 풀길이 까맣게 쏟아진다
하루 이틀 사을 나흘
예닐곱 발짝씩 옮겨 뜯긴 풀길이
우리 집 나드는 흙길에 까막까막 뒹군다
깜냥깜냥 걷는 어린 딸애랑,
풀길 깡그리 먹어 준 염소 돌려주러 간다
염소 뱃속에 풀길을 넣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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