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달랑게 / 이명수

시인 최주식 2010. 1. 31. 19:48

달랑게 / 이명수

 

참 많이도 훔치고 살았구나

마령포구 뻘밭에 앉아

지는 해 보다가

달랑게 한 마리 내 먹던 것 잽싸게 물고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

들여다보다가

그래, 나 또한 그렇게 살았구나

제 것 아닌 것 흘끔흘끔 훔쳐보고 있는

저 많은 것들, 너나 나나

죽은 몸뚱어리 물고 도망가는 달랑게와 무엇이 다르랴

잡히면 다리 하나 떼어놓고

달아나는 달랑달랑 달랑게야

 

시집 <울기 좋은 곳을 안다> 2008. 시로 여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