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운동장에서 / 한성례

시인 최주식 2010. 1. 31. 20:49

운동장에서 / 한성례

 

푸듯푸듯 흙먼지가 날아왔다.

살끝에서부터 간지럼타는 유년의 기억들

미루나무 꼭대기에 고추잠자리가 맴돌면

어지럼증처럼 들판 끝을 바라보았던

들녘으로 난 나의 운동장, 끝은 아득했다.

벼가 누럿누럿거리면 한 귀퉁이 두레박

우물물이 가득 고이고 운동회는 시작 되었다.

만국기 아래 아이들이 곰실곰실 꼭두각시춤을

추고 있다. 물 말라가는 버드나무 아래서

실눈 뜨고 바라보는 도시의 운동회

내 여덟살에서 자꾸만 눈끝은 흐려지고

훌쩍 내 여기 아득하게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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