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야담·1 / 김선태
―홍합
홍합은 많이 먹으면 예뻐진다 하여 예로부터 중국에선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불려왔지요. 삶을 때 우러나는 뽀얗고 시원한 국물과 담백하고도 쫄깃한 육질은 그만이지요. 게다가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드러나는 발그레한 명기(名器)와 예봉(銳峯)에 털까지 수북하게 돋아 있으니 뭇 사내들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요. 이따금씩 단골 술집엘 가면 속살을 말려 안주로 내놓기도 하는데, 세상에나 이만큼한 고급 술안주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청상과부 같은 이 조개를 날것으로 먹기란 쉽지 않지요. 강제로 칼로 쪼개거나 깨뜨리지 않는 이상 죽어도 몸을 열지 않습니다. 열을 받아야만 순순히 벌어지지요. 그래서 뭔가를 제대로 먹으려면 굽거나 삶는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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