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 오세영
위로 위로 오르고자 하는 것은 그 무엇이든
바람을 타야한다
그러나 새처럼, 벌처럼, 나비처럼 지상으로 돌아오길 원치 않는다면
항상
끈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것,
양력과 인력이 주는 긴장과 화해
그 끈을 잃고
위로 위로 바람을 타고 오른 것들의 행방을
나는 모른다
다만 볼 수 있었던 것,
갈기갈기 찢겨져 마른 나뭇가지에 걸린
연, 혹은 지상에 나뒹구는 풍선의 파편들,
확실한 정체는 모르지만
이름들이 많았다
마파람, 샛바람, 하늬바람, 된바람, 회오리, 용오름……
이름이 많은 것들을 믿지마라
바람난 남자와 바람난 여자가 바람을 타고
아슬아슬
허공에 짓던 집의 실체를 나 오늘
추락한 연에서 본다
「학산문학」2008.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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