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에서 이별하다 / 이은영
버려진 소금 부대를 베고
하릴없이 누워
떠나간 사랑을 생각한다
덤불 가시 같은 햇살을 뭉쳐
녹슨 철길을 닦던 하루가
쭈그리고 앉아 운다
날은 저물어도 기차는 오지 않았다
축축한 바람이 분다
비린내 풍기며 멀리까지 나갔던
바다가 돌아와 출렁거리고
고기비늘처럼 둥둥 떠다니는
뜰채로도 건질 수 없는 기억들이
바람의 허리춤을 잡고
오래된 폐염전으로 쏟아진다
무심한 잡풀이 흔들린다
소금창고 너머 뻘 등에서
그럭저럭 늙어가는 포구 뒷골목
겹쳐진 천막사이로
매캐한 구공탄 연기 질금질금 새 나오고
막사발에 손가락 세워
잊혀져 가는 얼굴을 그린다
물기 남은 가슴에 빈 달이 떠오르고
휘청이던 바람이 차오른다
돌아오지 않을 사랑을 오래 사랑하여
이제
소래에서 사랑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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