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를 읽다 / 김영식
사각의 불가사의다 저건,
태양의 흑점 같은 타이머를 돌리면
불볕 같은 사막이 시작된다
대상들은 멀리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낙오한 낙타처럼 조기 한 마리
제 그림자를 깔고 누워 헉헉거린다
사방이 감옥인
이 절해고도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별도 뜨지 않는다 오직
붉은 열풍만 불멸처럼 불어댄다
치명의 폭염을 견디고 있는
낙타의 몸에서 퍽,퍽, 수류탄 터지는
소리 들린다 건기의
내 입에서 검은 모래폭풍이 인다
10분 뒤, 사막은 끝나고
잘 구워진 내가 배를 뒤집고
허연 접시 위에 누워있다 뜨거운
반점들이 용설란처럼 피었다진다
내 몸을 쿡쿡 찌르고 가는 그의 젓가락
들여다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각의 드라이아이스엔 금세
차가운 피가 돌았다
『미네르바』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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