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전자레인지를 읽다 / 김영식

시인 최주식 2010. 2. 2. 22:16

전자레인지를 읽다 / 김영식

 

사각의 불가사의다 저건,

태양의 흑점 같은 타이머를 돌리면

불볕 같은 사막이 시작된다

대상들은 멀리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낙오한 낙타처럼 조기 한 마리

제 그림자를 깔고 누워 헉헉거린다

 

사방이 감옥인

이 절해고도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별도 뜨지 않는다 오직

붉은 열풍만 불멸처럼 불어댄다

치명의 폭염을 견디고 있는

낙타의 몸에서 퍽,퍽, 수류탄 터지는

소리 들린다 건기의

내 입에서 검은 모래폭풍이 인다

 

10분 뒤, 사막은 끝나고

잘 구워진 내가 배를 뒤집고

허연 접시 위에 누워있다 뜨거운

반점들이 용설란처럼 피었다진다

내 몸을 쿡쿡 찌르고 가는 그의 젓가락

들여다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각의 드라이아이스엔 금세

차가운 피가 돌았다

 

『미네르바』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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