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먹이다 외 1편/ 이보람(이한재)
소의 아가리를 힘껏 벌리고 폭력이 물을 먹이고 있다
터질듯 배가 부풀어 오른다
도저히 못 먹겠다는 듯 발버둥 쳐도
코뚜레 움켜잡은 손 멈추지 않는다
쏟아져 들어오는 운명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듯
밀도살장에 끌려온 가련하고 순한 눈이
몇 모금 남아 있을 숨을 헐떡이고 있다
뜨거운 햇볕 속에서 땀 흘리고 일할 때
물 한 방울로 갈증을 적셔 준 적 있었던가
제 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퍼 먹이는 저 뻔뻔함!
싫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저 무력감!
채널을 확 돌린다
그곳에서도
금수 같은 광고들이 기다렸다는 듯
사정없이 달려든다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가자
아파트 입구 엘리베이터 옆에 배달부 아저씨
나도 모르는 발신자의 광고물들을
이미 가득한 우편함에 어거지로 쑤셔 넣고 있다
초록의 반란 / 이보람(이한재)
목련이 수런거리는가 싶더니
봄이 거품을 문다
저 초록들의 참을 수 없는 반란
힘들겠지만 나 이제 너를 보내려 한다
지난겨울 동상에 걸렸던 기억은 산 노을에 풀어지고
허물 벗은 어제의 길들이 벌떡벌떡 일어선다
죽어가던 가지들이 꼼지락거리며
발정한 대나무 숲이 꿈틀거린다
나는 천천히 푸른 항아리 속에 웅크린다
고통은 달콤했다 여기저기 누운 갈잎들은
어김없이 헤픈 상처를 노래하고 있다
나방이는 또 얼마나 많은 집착의 알들을
저들에게 슬게 될까
푸른 항아리를 시기했던 진달래는 모두 눈멀었고
한 몸 되었던 시간의 관절은 삐걱거리며
꽃향기에 취해 이리저리 비틀 거리는데
남쪽바람이 부드러운 향내를 조용히 핥고 있다
수줍어하는 목련꽃의 몸부림으로
쓰린 가슴을 씻으며
아픔의 상처가 초록에 몸을 섞는다
파르르 떨리는 즐거운 햇살
반란은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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