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플라스틱 트리 / 이성목

시인 최주식 2010. 2. 2. 22:28

플라스틱 트리 / 이성목

 

나무 엉덩이에 전기 플러그를 꽂아 거실에 세운

문득, 생각났다는 듯 꽃잎 켜지는 걸 보고 있다

창틀이 어긋나 벌어진 틈으로 찬바람 들어

꽃술이 필라멘트처럼 발갛게 얼었다

오늘은 성자가 태어나는 밤

말구유에 아기를 버리고 돌아온 여자의

닫힌 방문은 오랜 시간 안으로 잠겨있다

이 허허벌판에 카시미론 솜눈을 내려야겠다

폭설이 내린 거실은 이글루처럼 따뜻해지리라

나는 곱은 손을 비벼 나무 품에 넣는다

없는 밑동의 따스함이 손바닥에 번지고

날 낳느라 아래를 다 써버린 내 어미처럼

빈 집도 쓸고 닦으니 백열등처럼 빛난다

텅 빈 거실 구석에서 아기 전나무 그림자

여자의 닫힌 방문 앞까지 아장아장 기어간다

창밖으로는, 죽은 나귀 울음소리가 공중에 가득하다

나무는 숨이 멎을 듯 하는 비애로도 푸르다

 

<시로 여는 세상> 2008. 겨울호 <신작소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