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트리 / 이성목
나무 엉덩이에 전기 플러그를 꽂아 거실에 세운
문득, 생각났다는 듯 꽃잎 켜지는 걸 보고 있다
창틀이 어긋나 벌어진 틈으로 찬바람 들어
꽃술이 필라멘트처럼 발갛게 얼었다
오늘은 성자가 태어나는 밤
말구유에 아기를 버리고 돌아온 여자의
닫힌 방문은 오랜 시간 안으로 잠겨있다
이 허허벌판에 카시미론 솜눈을 내려야겠다
폭설이 내린 거실은 이글루처럼 따뜻해지리라
나는 곱은 손을 비벼 나무 품에 넣는다
없는 밑동의 따스함이 손바닥에 번지고
날 낳느라 아래를 다 써버린 내 어미처럼
빈 집도 쓸고 닦으니 백열등처럼 빛난다
텅 빈 거실 구석에서 아기 전나무 그림자
여자의 닫힌 방문 앞까지 아장아장 기어간다
창밖으로는, 죽은 나귀 울음소리가 공중에 가득하다
나무는 숨이 멎을 듯 하는 비애로도 푸르다
<시로 여는 세상> 2008. 겨울호 <신작소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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