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정윤천
시째냐?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화 받았다. 다음 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 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참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시집 「구석」 2007 실천문학사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란잎 우산 / 정윤천 (0) | 2010.02.03 |
---|---|
옥탑방 외 1편 / 서수찬 (0) | 2010.02.03 |
고모 생각 외 1편 / 권기택 (0) | 2010.02.03 |
우리들의 바벨탑 / 정성수 (0) | 2010.02.03 |
나팔꽃 외 2편 / 이정자 (0) | 2010.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