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궤도와 괘도 [중앙일보]
요즘은 컴퓨터와 프로젝터 등을 이용해 강의나 교육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 기기가 널리 쓰이기 전에는 종이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묶은 다음 받침대에 걸어놓고 손으로 넘겨 가며 설명을 했다. 이런 종이를 일컬어 ‘괘도’라고 한다.
인터넷 등에서는 색다른 ‘괘도’도 발견된다. “금융감독 개편 논의가 괘도를 이탈했다” “새만금 개발이 본괘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는 정치 복원과 ‘괘’를 같이 한다” 같은 경우다. 이런 예들은 ‘궤도’나 ‘궤’로 쓰는 게 옳다.
괘도(掛圖)는 ‘걸 괘, 그림 도’에서 알 수 있듯 ‘걸그림’이라는 뜻이고, 궤도(軌道)는 ‘수레가 지나간 바큇자국이 난 길’이다. 의미가 확장돼 ‘기차가 다니도록 레일을 깔아 놓은 길’ ‘행성이나 인공위성이 공전하는 길’ ‘일이 발전하는 방향과 단계’ 등을 뜻하기도 한다.
한편 전차(탱크)나 장갑차 등 캐터필러를 이용해 전진하는 차들을 가리켜 ‘궤도 차량’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캐터필러가 ‘무한궤도’로 번역되므로 ‘무한궤도 차량’이라고 쓰는 게 더 적확하다. 차량이 전진하면 궤도가 무한정 놓이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생긴 이름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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