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기원 / 복효근
처마 끝에 한 무리 참새가 몰려 있다
어미새는 장독대 근처 매화나무 가지에서 아이들을 부르고
부리에 노란 테두리가 채 가시지 않은 새끼들이
이제 갓 꽃을 지운 매화나무 가지를 향하여 뛰어내린다
아까부터 고양이 한 마리
처마 그늘 깊숙한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참새는 알까
처마 밑 그림자가 지옥의 아가리라는 것을
지옥은 늘 낙원과 그 입구를 같이 쓴다
다만 낙원엔 출구가 있을 따름인지
가까스로 몇 마리 낙원을 향하여 허우적거린다
그러니까 모든 첫 비상은
추락이었을 터
젖 먹던 힘이 있을 리 없는 새에게
죽을힘을 다하여 제 몸을 매화가지에 옮겨놓는
저 필사의 낙하가 낙화처럼 애절타
바람도 없는데 매화 한 그루 잠깐잠깐 균형을 잃는가 싶더니
겨우 새 몇 마리 받아냈을 뿐
매화의 손이 놓친 어린 참새 몇은 어디로 갔을까
새는 지옥 1 미터 남짓 상공에서
비명처럼 낙원을 노래한다
노래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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