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노래의 기원 / 복효근

시인 최주식 2010. 2. 4. 21:48

노래의 기원 / 복효근



처마 끝에 한 무리 참새가 몰려 있다

어미새는 장독대 근처 매화나무 가지에서 아이들을 부르고

부리에 노란 테두리가 채 가시지 않은 새끼들이

이제 갓 꽃을 지운 매화나무 가지를 향하여 뛰어내린다


아까부터 고양이 한 마리

처마 그늘 깊숙한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참새는 알까

처마 밑 그림자가 지옥의 아가리라는 것을


지옥은 늘 낙원과 그 입구를 같이 쓴다

다만 낙원엔 출구가 있을 따름인지

가까스로 몇 마리 낙원을 향하여 허우적거린다


그러니까 모든 첫 비상은

추락이었을 터


젖 먹던 힘이 있을 리 없는 새에게

죽을힘을 다하여 제 몸을 매화가지에 옮겨놓는

저 필사의 낙하가 낙화처럼 애절타


바람도 없는데 매화 한 그루 잠깐잠깐 균형을 잃는가 싶더니

겨우 새 몇 마리 받아냈을 뿐

매화의 손이 놓친 어린 참새 몇은 어디로 갔을까


새는 지옥 1 미터 남짓 상공에서

비명처럼 낙원을 노래한다

노래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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