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오막살이 / 정병근
한 발만 헛디뎌 봐라
고압선이 하늘을 긋고
차들이 질주하는 간선도로
가로등 아래
까치집 하나 걸려 있다
그 누구의 다비에 쓸 나뭇단인가
근면 성실 노력의 가훈을 실천하는
저 집터가 세다
고압의 정신과 고속의 바퀴와
밤을 환하게 밝히는 불빛이야말로
우리의 경전이 아니더냐
물려받은 전답 없이 식구만 많은 집
일찍 죽은 누이의 기억을 가진 집
가문은 텅 비었고 뼈대만 소복한 집
우린 언제 조용해져요 어두워져요
걱정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너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집은 곧 어둑한 적막에 잠길 것이니
태양이 떠오를 때마다
불면의 바알간 눈알을 닦는
저 하루아침의 오막살이
<문학 · 선 > 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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