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콘도 파사* / 이성웅
신기루 같은 초원 한 평 분양 받았다
오늘밤 이방인이 되어
한 평 남짓,
그들의 잃어버린 초원에 내가 서있다
내 발길 끌어당기는 검은 입술
그들의 뿌리는 인디오다
노예로 팔려 뿔뿔이 흩어진 고향
돌아갈 수 없는 철새가 되어
동해 바다축제, 먹거리장터 한구석
넘실거리는 이국의 밤을 달군다
에콰도르 3인조 집시,
목에 드리운 하마 이빨에서
몇 푼의 물 울음소리가 난다
마디마디 손끝을 아우르는 딸뽀냐
구멍구멍 그들의 형제를 불러내고
초원의 굴곡을 높낮이로 펼치는 사이
내 고향이 조금씩 자라난다
나의 초원이 불도저로 베이고
성벽이 솟아오를 때
때묻은 고향 냄새도 잘려나갔다
한 평의 초원이 그리웠다
깊어가는 밤,
인디오 움막을 빠져 나오는 길
내속에 스며든 그들의 초원 사이로
고향이 돋아나 몸이 가렵다
*EL Condor Pasa : 철새는 떠나가고.. (Simon& Garfunkel)의 노래
남미의 연민과 한 서린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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