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엘 콘도 파사* / 이성웅

시인 최주식 2010. 2. 4. 21:46

엘 콘도 파사* / 이성웅  

 

신기루 같은 초원 한 평 분양 받았다

오늘밤 이방인이 되어

한 평 남짓,

그들의 잃어버린 초원에 내가 서있다

내 발길 끌어당기는 검은 입술

그들의 뿌리는 인디오다

노예로 팔려 뿔뿔이 흩어진 고향

돌아갈 수 없는 철새가 되어

동해 바다축제, 먹거리장터 한구석

넘실거리는 이국의 밤을 달군다

에콰도르 3인조 집시,

목에 드리운 하마 이빨에서

몇 푼의 물 울음소리가 난다

마디마디 손끝을 아우르는 딸뽀냐

구멍구멍 그들의 형제를 불러내고

초원의 굴곡을 높낮이로 펼치는 사이

내 고향이 조금씩 자라난다

나의 초원이 불도저로 베이고

성벽이 솟아오를 때

때묻은 고향 냄새도 잘려나갔다

한 평의 초원이 그리웠다

깊어가는 밤,

인디오 움막을 빠져 나오는 길

내속에 스며든 그들의 초원 사이로

고향이 돋아나 몸이 가렵다

 

*EL Condor Pasa : 철새는 떠나가고.. (Simon& Garfunkel)의 노래

남미의 연민과 한 서린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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