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그믐 / 성선경

시인 최주식 2010. 2. 4. 21:46

그믐 / 성선경

 

그믐은 지퍼를 잠근 입

믐 하고

입 두 개가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쭉 지퍼를 잠근 입

 

달도 없는 밤을

아버지는 얼굴로 말했다

늘 빡빡한 살림에

이자가 이자를 낳는 그믐

 

호롱불도 없는 저녁상을

말없이 물리고 나면

별빛같이 담뱃불만 반짝거릴 뿐

무겁게 입을 닫고

믐 했다

 

나는 아직도 그믐이 되면

달도 없는 하늘이 불쌍해져

입을 닫는다.

 

<학산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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