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 성선경
그믐은 지퍼를 잠근 입
믐 하고
입 두 개가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쭉 지퍼를 잠근 입
달도 없는 밤을
아버지는 얼굴로 말했다
늘 빡빡한 살림에
이자가 이자를 낳는 그믐
호롱불도 없는 저녁상을
말없이 물리고 나면
별빛같이 담뱃불만 반짝거릴 뿐
무겁게 입을 닫고
믐 했다
나는 아직도 그믐이 되면
달도 없는 하늘이 불쌍해져
믐
입을 닫는다.
<학산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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