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가 되려거든 / 강희안
관료가 되려거든, 상사보다 자신이 더 유능하다는 사실을 유포하지 마라. 조직은 늘 정화조와 같아서 커다란 오물덩이가 수면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만년 하급관료 와는 심각한 언쟁에 빠지지 마라. 직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쪽이 무능한지 저쪽이 더 무능한지만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준법정신을 존중하려면, 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지 마라. 거기에는 스스로 거부해버렸던 자신의 아이디어가 반드시 끼어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대가 존경하는 관료는, 가끔 손으로 이마를 짚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 심상한 각도는 필경 점심메뉴로 무얼 먹을까를 깊이 고민한 흔적이다. 누가 관료인가를 알고 싶으면, 회의시간을 질질 끄는 흐리고도 소모적인 눈빛을 찾아라. 회의의 효율성도 참가자 수나 토의시간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어느 기관이나 하나같이 마감 날을 맞춰놓고 철야를 주도한다. 그들은, 적어도 그 성과를 이틀 동안 묵히는 관행을 즐기기 때문이다. 관료가 승진에서 누락되면, 가장 외진 부서로 좌천에 좌천을 거듭한다. 따라서 관료들의 가장 특수한 부서 기능을 결코 활용하지 마라. 각 부처에서 일어난 모든 불상사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해임되기 때문이다. 그 죄상은 뒤이어 누군가가 퇴직하거나 정직될 때 까지 유효하다. 진정으로 관료가 되려거든 출세한 관료의 길을 결코 흉내 내거나 재현하지 마라. 조직은 늘 당신이 몸을 던진 비거리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때문이다.
시집 「나탈리 망세의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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