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를 따라가다 / 윤성택
모퉁이 돌아나오는 경운기 소리,
아버지보다 먼저 도착했네
결 굵은 앞바퀴가 땅 움켜쥐고 지나간 길, 언제나
멀미처럼 먼지 자욱한 비포장도로였네
그 짐칸 올라타기도 했던 날들은
덜컹덜컹 떨어질까 손에 땀나는 세월이었고
여태 그 진동 끝나지 않았네 막막한 시대가
계속될수록 나를 흔드는 울림, 느껴지네
밀짚모자와 걷어올린 종아리, 흙 묻은 고무신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길
양손 벌려 손잡이 잡고 몸 수그린 채
항상 전투적이었던 운전법
아버지,
그만 돌아오세요 이젠 어두워졌어요
나는 보네
울퉁불퉁한 것은 이제 바닥이 아닌 바퀴이어서
일방통행길 높은 음역으로
더듬거리듯 가고 있을 때
숨죽이며 따라가는
한때 속도가 전부였던 자동차 붉은 꼬리의 생각들,
나는 아직 아버지를 추월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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