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강 /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 천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 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2009 제4회 <윤동주상 수상 작품집>에서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생(還生) / 정일남 (0) | 2010.02.07 |
---|---|
藥局 / 정일남 (0) | 2010.02.07 |
순례와 후기 / 박제영 (0) | 2010.02.07 |
경운기를 따라가다 / 윤성택 (0) | 2010.02.07 |
겨울나무 / 이기선 (0) | 2010.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