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북 / 박완호

시인 최주식 2010. 2. 7. 21:59

 

 

  / 박완호

 

교무실 한 구석 캐비닛 위

몇 해동안 한 번도 울어보지 못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북채도 없이 홀로 덩그라니 놓여 있는 북,

 

허공을 쩌렁쩌렁 뒤흔들

커다란 목청을 갖고도

한 번도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지 못한 새처럼

 

힘센 소리의 물줄기를 품고도

얼어붙은 폭포처럼

울지 않는 북

 

가만히 다가가 그의 가슴에 귀를 대보면

고여 있는 소리들 청청(淸淸)하기만 한데

 

시인의 흉터가 시를 낳듯,

 

저 상처에도

노을같은 딱지가 생기면

몸속에 갇혀 있던 소리가

새 살 돋듯

둥 둥 둥 울려 퍼질까?

 

울음을 속으로 삼켜가며

비상을 기다리는 새

 

시집<아내의 문신> 2008.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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