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한분순(1943∼ )
꿈이 발효(醱酵)하고 있을 밤의 여울목에
낙과(落果) 옷 벗는 소리, 시간이 쌓이는 소리
이 겨울
긴 아픔을 삭이며
한 약속(約束)이 피느라…
홀로
늘
웃음을 익혀
아득히 다사로운 마음
손 시린 이들을 가려
입김도 나눠 쪼이고
바람이 사오나온 뜰에
별은 와서 머문다.
와아, 하고 터질 고함을
기다려
사는 보람
속에만
재워둔 뜻이 시나브로 뭉쳐
지각(地殼)을 깨틀고 서려오네
새뜩합신
저, 원광(圓光).
(후략)
영국 시인 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니”라며 언 땅에 희망 심었는데. 입춘 추위도 풀려 이제는 겨울의 끝자락 봄소식 터질 차례. 어둠 속의 빛이, 추위 속의 다사로움이, 외로움 속의 다정함이 발효돼 만상(萬象) 둥두렷이 빚어내는 저 새뜻한 원광. 언 땅 언 하늘에서 터져오는 생명의 합창 눈과 귀에 잡힐 듯 어른거리거늘.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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