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퇴원 - 김민서 (1959~ )

시인 최주식 2010. 2. 11. 23:08

퇴원 - 김민서 (1959~ )

콘크리트 숲의 혈관에

링거 줄 꽂은

수양버드나무

푸른 피를 수혈한다

햇빛의 방사선과를 다녀온

허리 삐끗한 민들레

빛의 오염으로

창백하다

못해 투명하다

중환자실을 힘겹게 벗어난

환자들 색색인 시간의 회복실

봄의 계단에

경솔한 엉덩이로 종종거리며

햇살 속으로 퇴원하는

참새 너댓 마리

만삭이다


얼음 풀린 천변(川邊) 링거 줄 꽂은 버드나무 설 쇠고 나면 연둣빛 크림색으로 물오르겠네요. 콘크리트 겨울 중환자실 벗어난 환자들 각양각색 시간의 회복실로 줄줄이 가고 있는 봄의 계단. 보세요. 통통한 참새들 먼저 종종거리며 환한 햇살 속으로 퇴원하고 있네요. 매화 동백 꽃부리 쪼아 봄 틔우려고요.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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