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설날 아침에 -김종길(1926~ )

시인 최주식 2010. 2. 23. 00:02

설날 아침에 -김종길(1926~ )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중략)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오늘은 섣달그믐 까치들 설날. 실낱같이 사그라지는 그믐달 아쉬워 까치처럼 왁자지껄 밤새우다 맞는 우리들의 새해 설. 신년 들어 다잡았는데 어지간히 풀린 마음 다시 여미소서. 너무 각박하지는 않고 넉넉하게. 어린것들 잇몸에 피어나는 고운 이빨, 고목 가지에 돋아나는 연둣빛 여린 잎새 보듯 설은 그렇게 맞으소서.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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