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이제야 알았다 [중앙일보]
설을 앞두고 집집마다 자식을 반기는 목소리로 활기차다. 한달음에 나와 “이제서야 왔나?”며 두 손을 꼭 붙잡는 부모님. 언제 봐도 뭉클한 풍경이지만 유념할 게 있다.
흔히 “그 사랑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이제서야 철이 드나 보다”처럼 쓰지만 ‘이제야’로 바뤄야 한다. ‘말하고 있는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란 의미의 부사는 ‘이제서야’가 아니라 ‘이제야’다. ‘이제’에 강조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야’가 붙은 것으로 “이제야 감이 오니?”처럼 사용한다.
‘앞서 이미 이야기한 바로 그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라는 의미의 부사 ‘그제야’도 마찬가지다. “백내장 체험 안경을 써 보니 앞이 뿌연 게 그제서야 어르신의 처지가 이해됐다”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제야’라고 해야 맞다.
‘여기서’나 ‘거기서’를 강조하는 표현으로 ‘여기서야’나 ‘거기서야’ 같은 형태가 흔히 쓰이다 보니 ‘이제서야’ ‘그제서야’도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이제사’ ‘그제사’ 같은 사투리도 세력을 넓혀 가고 있으나 현재는 ‘이제야’ ‘그제야’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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