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朝餐) / 나희덕
깃인가 꽃인가 밥인가
저 희디흰 눈은
누구의 허기를 채우려고
내리고 또 내리나
뱃속에 들기도 전에 스러져버릴
양식을, 그러나 손을 펴서
오늘은 받으라 한다
흰 밥을 받고 있는 언 손들
묵튤립 마른 열매들도
꽃봉오리 같은 제 속을 다 비워서
송이송이 고봉밥을 받고 있다
박새들이 사흘은 쪼아먹고 가겠다
시집 <사라진 손바닥>(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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