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황사는 공습 중이다 / 한영숙

시인 최주식 2010. 2. 11. 23:39

황사는 공습 중이다 / 한영숙

- 삼겹살을 구우며

 

대공습이다

신종 황사먼지를 휴대한 정체 모를 테러범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차별 도시를 폭파하고 있다

뽀글거리는 벚꽃들

독한 파마약 냄새 날리며 올올이 뽑혀지고 있다

가로수마다 폭발물 파편처럼 쏟아진다

한바탕 뒷골목 패싸움이라도 벌였는가

건물마다 비상벨이 울리고

콧구멍 벌렁거리며 5분 대기조 출동을 한다

불꽃 튀는 치열한 접전

화약내 진동이다

상량식 때 몸값 톡톡히 챙긴 먹성 좋은 조상까지

끝없이 꽥꽥 몰아 부치는,

드디어 승전보가 타전 되고

막창 터지도록 맹렬히 전사한 목숨들이 지글지글

꽃대를 태우고 있다

 

하늘이 뻥 뚫렸다

 

시집<푸른 눈> 2009. 현대시 시인선 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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