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그 집 외 2편 / 남유정

시인 최주식 2010. 2. 11. 23:40

그 집 / 남유정

 

나지막이 휘파람 불며 비질하는 소리
우물 옆 앵두 열리는 소리
나팔꽃 덩굴 아래 그늘이 한 뼘씩 자라고
텃밭에 어린 상추 열무 부추 아욱 소복이 돋아나듯
아버지 곁에 어머니, 딸린 식솔들
함박 피어 덩달아 꽃이 잘 되던 집
저녁이면
잘 씻긴 항아리 위로 바람 건너오는
소리, 사륵사륵 사르륵
살구꽃 날릴 때면 밤조차 환해
얘야, 부모 곁은 처마 밑에 소나기 잠시 피하는 시간이다
머리를 만져주는 어머니 손길에
업어 가도 모르게 잠이 깊고 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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