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죽다 / 송 희
배추에게도 울퉁불퉁한 뼈대가 있다
땅 아래 제 나름으로 뻗은 역사가 있다고
뿌드득 어깨에 힘줄을 세웠다
구불텅 불거진 정맥을 두어 군데 잘라
다져진 배추의 내력을 무너뜨린다
꽁꽁 묶였던 배추의 속앓이가
쩌- 억 빠개져 환하다
세포세포 소금을 둘러
반나절이 지났다
소금 한줌이
빳빳한 힘을 들어내어
뼛속 뿌리내린 기억의 심줄이
무심결에 한숨 누구러졌다
잠깐의 소란 뒤 잠잠해졌다
산더미같은 시간을 켜켜 뿌려도
숨죽지 않는
배추뿌리처럼 잘라낼 수 없는 머리통
물 한잔 떠먹을 수 없이 꽉찬 머리통을
간해보는 시간
<금요시담> 11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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