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한 숨 죽다 / 송 희

시인 최주식 2010. 2. 12. 22:50

한 숨 죽다 / 송 희

 

배추에게도 울퉁불퉁한 뼈대가 있다

땅 아래 제 나름으로 뻗은 역사가 있다고

뿌드득 어깨에 힘줄을 세웠다

구불텅 불거진 정맥을 두어 군데 잘라

다져진 배추의 내력을 무너뜨린다

 

꽁꽁 묶였던 배추의 속앓이가

쩌- 억 빠개져 환하다

 

세포세포 소금을 둘러

반나절이 지났다

 

소금 한줌이

빳빳한 힘을 들어내어

뼛속 뿌리내린 기억의 심줄이

무심결에 한숨 누구러졌다

 

잠깐의 소란 뒤 잠잠해졌다

산더미같은 시간을 켜켜 뿌려도

숨죽지 않는

배추뿌리처럼 잘라낼 수 없는 머리통

물 한잔 떠먹을 수 없이 꽉찬 머리통을

 

간해보는 시간

 

<금요시담> 11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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