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 / 황진성
앞 트럭에 돼지들 가득 실려간다
소풍 가는 아이같이 시끌벅적 떠든다
바깥으로 얼굴 내밀려 서로 밀치며
귀를 세우고 쫑긋거린다
킁킁 세상 냄새를 맡는다
돼지머리에 머우꽃을 달면
머우꽃대 두반장 요리가 되는데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떠오르다가,
돼지도 돼지고기는 먹지 않는다던데
모르고 동족을 먹은 돼지
다음부터 굶다가 죽는다던데
잡식성인 사람
닥치는 대로 먹다 소화불량 걸려
병원 가고 경찰서에 잡혀가고,
예쁜 분홍빛 귓바퀴
나도 모르게 쳐다보다가
돼지들의 수다를 엿듣다가
꽝!
운전 경력 이십년 붉은 줄을 그었다
시집 <폼페이 여자>2009년 현대시 시인선 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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