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너머 희망으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셰릴 우던 지음
방영호 옮김, 에이지21
428쪽, 1만6000원
사회에 변혁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어느 정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법이다. 문제를 정확히 봐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불편한 진실을 담았다. 성 노예, 명예살인, 약탈혼, 여성 할례 등 지구 한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학대의 실상이다. 실태를 고발한다는 의도에도, 성적으로 학대 받는 여성들 이야기는 골치 아픈 주제다.
무엇보다도 요즘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자들에 별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이들을 관음적 대상으로 이용하는 폭력을 범할 위험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저자들은 치밀하고, 집요했다. 아시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과 빈국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찾아 뚝심 있게 현장을 파고들고, 사태의 배경을 조목조목 조명했다. 언뜻 이름으로만 들었던 다양한 국제 구호단체의 활동도 자연스레 소개했다. 지은이 크리스토프는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으로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저널리스트. 함께 책을 쓴 셰릴은 그의 아내. 역시 뉴욕타임스의 일본·중국 특파원을 지낸 기자다.
책에 따르면, 인도에는 200만~300만 명의 여성들이 매춘업에 종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어린 나이에 ‘팔려간’ 소녀들인데, 여덟 살에 포주에게 팔려가 12세부터 몸을 파는 일은 다반사다. 성폭행과 출산·성병도 빈국 여성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아프리카의 강간 문제도 심각하다. 가나 여성들의 21%가 강간을 당하면서 첫 성경험을 한단다. 남아공 여성 21%는 15세에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시골마을에선 신부를 데려올 돈, 이른바 ‘신부값’(bride price)이 없거나 여성 가족들이 반대하면 남성이 여성을 납치해 강간하는 일이 흔하다. 강간 당한 여성이 법정에 호소해도 오히려 판사가 결혼을 권유한다. 아프리카에는 성기 훼손으로 생기는 질병인 ‘피스툴라’로 고통 받는 여성들도 적잖다.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는 “개발도상국에서 최고로 투자 가치가 높은 것은 여성에 대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여성 지위의 향상과 경제적 생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지구 한 켠에선 여성 학대문제가 심각하다. [에이지21 제공] | |
요즘 국제 구호단체에 대한 관심을 가진 20대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젊은이들, 작은 기부를 통해서라도 세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구호단체들의 활동과 더불어 방법론에 대한 그들의 고민까지 짚어낸, 보기 드문 책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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