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생각하라, 뒤집어라, 설계하라, 당신이 변혁의 주인공이다 [중앙일보]
오늘과 다른 내일이 펼쳐지는 시대입니다. 미래 예측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요즘 급변하는 환경을 보면 변화의 물결 정도가 아니라 쓰나미 수준입니다. 그래도 큰 줄기는 있습니다. 여기, 전에 없었던 새로운 세상에 대처하는 법을 제시한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저자들은 기존의 사고틀을 바꾸는 혁신적 사고법을 역설하고, 구글이 선도하는 세상의 지형도를 그려줍니다. 휙휙 돌아가는 세상을 뚫고 나갈 지혜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헤즈볼라, 실리콘밸리 … 이들의 힘은 선언 아닌 행동
언싱커블 에이지
조슈아 쿠퍼 라모 지음, 조성숙 옮김
알마, 352쪽, 1만9800원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평생 ‘지상에서 평화를’ 누리다 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열망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최연소 부편집장과 골드먼삭스의 고문을 거쳤고, 세계적 전략자문회사 키신저 협회의 매니징 디렉터라는 직함을 가진 화려한 이력의 저자는 공산당 선언과 미래파 선언을 ‘짬뽕’시켜 놓은 듯한 ‘혁명적 열정’으로 이 책을 냈다. 세계 안보전략에서 기업 경영, 환경 정책까지 송두리째 바꾸라는 선언이다. ‘언싱커블 에이지(unthinkable age)’,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큼 확실한 파멸의 길도 없다는 예언이다.
제목만 봐선 ‘경영 혁신서’로 보이지만, 책은 엉뚱하게도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조직 헤즈볼라의 정보 책임자와의 대화에서 시작한다. 테러집단이 이 시대의 혁신 전파자라고? 2006년 500명도 안 되는 헤즈볼라 전사들이 이스라엘 정규군 3만 명의 공세를 결국 물리친 사건을 기억해 보라. 헤즈볼라는 무장투쟁만 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엔 주택 재건사업을 돕는다. 이스라엘이 값비싼 미사일로 레바논 빈민가의 허름한 집들을 날려 버릴 때마다 헤즈볼라는 값싸게 집을 새로 지어 민심을 얻는다. 9·11의 주모자들이 테러에 들인 돈은 100만 달러도 안 됐지만, 지금 미국은 유사한 공격을 막기 위해 시간 당 100만 달러를 들인다. 재래식 안보전략으론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게임’이 안 된다.
이런 지적이 무력 응징 대신 평화교섭이 중요하다는 식의 덤덤한 결론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의 경험을 통해, 테러집단 내 ‘조직 혁신가’를 제거하는 게 더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위성 사진을 통해 테러조직의 거점을 파악하는 것보다, 1만 달러의 자금이 몇 시간 안에 가자지구로 모일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한다. 테러범들의 동향보다 레바논의 시장 물가 변동을 기민하게 체크하는 게 참사 방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 ‘예측’이라는 것이 근거하고 있는 기존의 사고틀을 깨지 않으면 어떠한 가능성도 없다. 상호 무관해 보이는 것을 서로 관련 짓는 감각에서 혁신이 생겨난다. 예컨대 1차 대전 당시 군복의 위장술을 창안한 이는 프랑스의 화가였다. 사물의 형태를 왜곡시키는 입체파의 기법에서 착안해 군대의 위장술을 만들었다.
책은 중동의 게릴라 캠프에서 실리콘밸리의 연구소를 순식간에 오가며 복잡계 과학과 중국의 고사성어를 동시에 읊는다. 이해, 혹은 납득하기 힘든 상당한 장광설을 각오해야 한다. 결론도 다소 공허하다. 하지만, ‘혁명’은 선언한 자가 이루는 게 아니다. 행동하는 자가 성취하는 것이다. “모든 가치 있는 인간은 급진파이자 모반자임에 분명하다.” 양자역학의 창시자 닐스 보어의 말이다.
배노필 기자
인류 삶의 틀을 뒤흔든 구글 12년
구글드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타임비즈, 517쪽, 2만원
구글(Google). 1998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생. 온갖 정보를 닥치는 대로 검색. 12년 만에 세계 검색 시장의 70%를 장악. 시가총액만 1681억 달러(약 194조원). 온 세상이 다 아는 그 이름, 검색엔진 구글 얘기다. 거듭 돌아보자. 이름이 구글이다. 10의 100승을 뜻하는 ‘구골(googol)’에서 유래했다. 1 뒤로 0이 100개나 붙은 까마득한 숫자다.
20세기 말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12년. 구글이 일궈낸 성과는 숫자 구골처럼 일일이 꼽기 버거울 정도다. 구글 검색틀에 질문을 입력하면 0.5초 만에 답이 튀어나온다. 절판된 책이나 학술 저널도 구글만 뒤지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구글 어스’는 전 세계 곳곳을 화면에 담아냈다.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책 제목 ‘구글드(googled)’는 ‘구글에 당하다’ 라는 뜻의 신조어다. 에릭 슈미트의 말마따나 세상은 이미 구글에 의해 뒤집혔는지도 모른다. 미국 잡지 ‘뉴요커’의 수석 칼럼리스트인 저자는 세상을 갈아엎는 한 기업을 낱낱이 파헤쳤다. 12주간 구글의 경영 회의에 직접 참석했고, 150여명의 구글 임직원을 심층 인터뷰 했다.
책은 구글의 성과를 중심으로 우리가 처한 변화의 중심을 또렷이 응시한다. 우선 구글이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구글은 기존 매체에 대한 도전으로 급성장했다. 종이 신문의 사망 선고일은 구글이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매일 2만5000개의 뉴스 사이트 기사를 수집한다. 또 동영상 커뮤니티 ‘유튜브’를 인수해 TV 방송에 맞섰다. 휴대전화는 또 어떤가.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경쟁에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이란 새 운영 체제를 들고 뛰어들었다. 검색 엔진과 연계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의 아성을 무너뜨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책은 구글의 성장사를 추적하며 인류가 당면한 변화의 물결을 더듬는다. 구글의 성과가 중심이지만, 그렇다고 찬양 일색은 아니다. 구글의 승리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 역시 드러낸다. 책이 전하는 컨설팅 회사 ‘아놀드 정보기술’의 비밀 보고서의 한 토막. ‘구글은 소리도 없이 시장에 나타났다가 피도 눈물도 없이 재빠르게 친다.’ 미디어 기업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구글의 전략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구글을 소재로 삼았지만 정작 책의 고갱이는 딴 곳에 있다. 구글의 성공 스토리보다 구글이 선도하는 세상의 변화에 방점이 찍혔다. 구글은 엔지니어 중심의 경영으로 인터넷 세상을 주도했고, ‘사악하게 행동하지 마라’는 모토에 따라 공공성마저 구축했다. 그러나 구글을 둘러싼 다른 기업들은 그 변화에 올라타길 주저했다. 저자는 “기업가들이 구글에 푸념하느라 공격 전략을 짜는 데 게을렀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구글의 상품인 지식은 더 쉽게 침투당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구글이 무너뜨리는 세상 풍경은 인류사의 몇몇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인쇄술이 등장했을 때, 자동차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텔레비전이 거실을 점령했을 때…. 미래의 역사가는 구글 역시 우리 삶의 기반을 뒤흔든 사건으로 기록할지 모른다. 세상은 과연 ‘구글됐다’. 우리가 알던 세상은 마침표를 찍었다. 열 두 살 구글의 성장사를 따라가다 보면 새롭게 열린 세상에 맞설 지혜를 궁리하게 된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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