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사골을 울궈낸(?) 떡국 [중앙일보]
설 명절에는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난다.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떡국이다. 설날 떡국을 먹으면 해가 바뀌고 나이 먹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설날 떡국은 특별히 사골이나 고기를 푹 고아 국물을 우려낸 뒤 떡을 넣고 끓인다.
이처럼 무엇을 푹 고아 국물을 만들어 낼 때 ‘울궈내다’ ‘울궈먹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나 ‘우려내다’ ‘우려먹다’가 바른 말이다.
‘우려내다’는 “어머니가 사골 국물을 우려내셨다”처럼 물체를 액체에 담가 성분·맛·빛깔 등이 배어 들게 하거나 “가을비가 행인들에게서 우수를 우려내는 듯한 거리의 분위기였다”에서와 같이 생각이나 감정을 끄집어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려내다’는 “코흘리개의 돈을 우려냈다”처럼 꾀거나 위협해 자신에게 필요한 돈이나 물품을 빼낸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우려내다’ ‘우려먹다’는 ‘우리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우리다’는 “멸치를 우려 국물을 만들었다” “요즘 급우들에게서 돈을 우리는 사건이 늘고 있다” 등처럼 사용된다. ‘울구다’는 ‘우리다’의 방언이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