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생각하건대 → 생각건대 [중앙일보]
“짐작컨대 부산~서울까지 6시간가량 소요될 것 같아.” “단언컨대 8시간은 걸려!” 발길을 재촉한다고 귀경길을 맘대로 단축시킬 수 없듯 말을 줄일 때도 일정한 법칙이 있다.
‘단언하건대’를 ‘단언컨대’로 줄여 쓰는 것은 바르지만 ‘짐작하건대’를 ‘짐작컨대’로 줄이는 건 어법에 맞지 않다. ‘짐작건대’라고 해야 맞다. 왜 ‘ㅎ’이 줄어드는 꼴이 다를까?
‘-하다’ 형태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가 준말로 쓰일 때는 어간의 끝음절 ‘하’에서 ‘ㅏ’만 줄고, 남은 ‘ㅎ’은 뒤따르는 음절의 첫소리와 결합해 거센소리가 된다. ‘장담하건대(장담하다+-건대)’가 ‘장담컨대’로 줄어드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생각하건대(생각하다+-건대)’도 ‘생각컨대’로 줄여야 할 것 같지만 이때는 ‘생각건대’로 줄어든다. ‘-하다’ 앞에 유성자음 ‘ㄴ·ㄹ·ㅁ·ㅇ’을 제외한 무성자음(ㄱ·ㄷ·ㅂ·ㅅ·ㅈ 등)이 올 땐 ‘하’가 완전히 준 형태를 쓰기 때문이다.
‘섭섭하지→섭섭지’ ‘깨끗하다 못해→깨끗다 못해’처럼 무성자음 뒤에선 ‘하’가 통째로 줄어드나 ‘분발하도록→분발토록’처럼 유성자음 뒤에선 ‘하’에서 ‘ㅏ’만 줄고 ‘ㅎ’은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가 된다.
이은희 기자
'수필(신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끼(?)는 안 돼요 (0) | 2010.02.27 |
---|---|
않느냐/않으냐 (0) | 2010.02.27 |
사골을 울궈낸(?) 떡국 (0) | 2010.02.26 |
쓸 때는 쓰자 (0) | 2010.02.26 |
손맵시 (0) | 201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