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
이병률 시집|문학과지성사|152쪽|7000원
《바람의 사생활》 이후 3년여 만에 나온 세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삶이 빛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찬란〉 일부)
그 찬란함은 기쁨의 순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죽음의 기미를 받아들인 꽃의 허리'(〈거대한 슬픔〉 일부)처럼 존재가 내포한 사멸의 슬픔을 인식하는 데서 오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걸인이 도와달라며 내민 손을 '큰 칼을 내 심장 깊숙이 집어넣을 것 같아/(…)/ 아무 것도 주지 못했습니다'(〈불편〉 일부)라며 자신의 비정(非情)을 자책하는 성찰을 통해서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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