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詩

제3회 <활천 문학상> 대상

시인 최주식 2010. 3. 6. 22:41

제3회 <활천 문학상> 대상

 

호랑가시나무를 찾아서 / 권여원

 

지금은 사라져가는 호랑가시나무

붉은 열매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가시에 찔린 채 증동리에 버려진 그녀가

여기, 잠들어 있습니다

 

니느웨를 바라보는 주의 눈물

묘비명 위에 참방참방 고입니다

다시스의 뱃고동 소리

누구를 위한 바램인지 가만히 귀 대어 보면

소라껍데기에 영혼의 탄식이 쓰르르 부딪혀옵니다

낙타 무릎으로 그들에게 다가서던 땅끝의 그녀

가난한 상처 싸매며 모래알 같은 이름을 심고 다독이던

메마른 외침으로 사람들의 가시를 빼주던 그녀

해닳은 고무신으로 섬과 섬 이으며 십자가를 노래할 때

검은 그림자, 그녀 입술이 피어나지 못하도록

가슴을 짓밟고 죽창으로 찌릅니다

 

골고다 언덕 길, 면류관의 가시 뽑아내던

티티새 핏물이 이마를 적시고 세상 물들입니다

등대의 불빛

저문 땅 비추며 수평선 항해할 때

깨알 같은 이름들, 만선을 꿈꾸며

붉은 노 저어 갑니다

 

더 이상 둥글지 않을 지구 끝에서

가시에 찔린 열매들

세마포 입은 구름에 깃털마냥 올라타겠지요

 

그녀의 피를 보았던

성결한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