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작 중에서
노모 2 / 권혁웅
등잔 밑이 어두운 게 노안인데요, 어머니는 마루 불을 아끼려고 밤 열 시가 통성기도 시간입니다 그것은 하도 많이 들었어도 도무지 모르겠는 방언인데요, 케쎄라 마이테라 키테라 바이쎄라…… 경음과 격음들을 무진장 실어 나르는 게 이번엔 하느님께 아마 좀 따질 게 있나봅니다 한국에서는 제일 큰 고치가 아닐까 싶어요 어머니, 웅크렸다가 허리를 펴면서 날마다 거듭나는데요, 그 전에 직계와 방계를 아울러 긴 사설을 엮습니다 분가한 자식들은 혈압 약을 먹고요, 마흔이 넘은 막내아들만 옆방에서 책을 읽다가 눈살을 찌푸리는데요, 그건 다른 게 아니라 등잔 밑이 어두워서거든요 하늘 길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하도 많이 닮아서거든요 그 다음에야 격양가 소리가 이어집니다 아으 위 증즐가 태평성대……를 부르는 코는 참 크고 장해요 아직 어머니를 땅에 붙잡아두는 등잔 밑 부스럭거림이 아니라면 또 그건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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