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편 소설

[200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 ‘짝짝이 구두와…’ / 박상

시인 최주식 2010. 3. 6. 22:58

‘짝짝이 구두와…’ / 박상


 
 그는 슈퍼에 들렀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본다. 커다란 고양이다. 라면박스 위에 등을 곧게 펴고 앉아 있는 자세가 표범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참치캔 작은 것 없어요? 라고 물으며 고양이의 눈부시게 흰 털을 본다. 쓰다듬고 싶어서 다가갈 때, 슈퍼 주인이 작은 참치캔을 꺼내 흔든다.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으려 하자 고양이가 정면으로 그의 눈을 마주본다. 고양이는 그의 눈 속을 읽는 듯하다. 그리고 내 털을 만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식의 당당한 태도를 취한다. 그는 고양이에게 몰입되고 매료된다. 등이 곧은 고양이는 긴 앞다리를 라면박스 위에 도도하게 지탱하고 있다. 그는 참치캔을 하나 더 달라고 한다. 슈퍼마켓 주인은 그런 그를 한번 샚어본다. 1.5초 정도의 시간이 잠깐 멈칫하며 지나간다.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한쪽에서 소리를 낸다. 아 저 골치아픈 것. 슈퍼 주인이 미간에 선을 두 개 긋는다. 작은 고양이는 과자가 쌓인 선반 위에서 초코칩 쿠키를 떨어뜨린다. 등이 곧은 큰 고양이가 짧게 0.5초 정도 운다. 그는 그 울음소리가 살짝 갈라진 A단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고양이가 날듯이 큰 고양이에게 다가와 얼굴을 비빈다. 그는 참치 캔 값을 내고 문을 열려다 이 고양이의 새끼예요? 라고 묻는다. 슈퍼 주인은 그를 똑바로 쳐다본다. 관심 있어요? 그는 새끼도 어미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도도한 면, 약간 삐딱하게 고개를 돌려 사람을 쳐다보는 면, 하얗고 윤기있는 털. 3.5초 정도의 시간을 둔 후, 예쁜 고양이네요. 라고 말한다. 그는 새끼의 머리를 쓸어 올리듯 만져 본다. 어미가 다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고양이의 눈에는 지적인 감흥이 있다. 최초의 라면박스 위에서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은 도도한 감흥이다. 괜찮다면 가져가서 기르시겠다고 말해도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이번에는 그가 슈퍼 주인의 눈을 바라본다. 그는 2.5초 후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새끼 고양이가 다급히 울기 시작한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데려가는 그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러나 3초 뒤 곧 고개를 돌리고 앞발을 핥는다. 그가 고양이를 데려가기 위해 소모한 시간은 도합 11초였다. 그는 고양이를 킬러 LEON이 들고다니는 화초처럼 잘 안는다.

참치 캔을 따서 절반을 고양이에게 내미는 그를 보고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고양이는 참치 캔을 두고 멀찍이 떨어지자 다가온다. 그는 구석에서 절반의 참치를 밥공기에 비벼 먹기 시작한다. 그의 옥탑방 작은 방안에서 고양이와 그가 나란히 참치를 먹는다. 고양이는 수염에 묻은 참치 기름을 털기 위해 고개를 흔든다. 그는 그 모습을 흉내내어 본다. 작은 고양이와 그의 눈이 처음으로 맞부딪힌다. 그는 밥공기를 놓고 손가락 하나를 조심스럽게 뻗어 고양이의 머리를 만져 준다. 손가락 하나를 뻗어 무언가를 만진다는 건, 눈물을 닦을 때나 쓰는 방법이다, 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는 고양이를 위해 놀이터에서 모래를 퍼 온다. 박스를 잘라 비닐을 대고 스카치 테이프로 고정한 어설픈 화장실이 완성된다. 그는 옥탑방 현관 앞에 그것을 설치한다. 고양이가 다가와 모래냄새를 맡는다. 고양이의 얼굴에서 불안에 떨던 부분이 물을 탄 듯 희미하게 엷어진다. 그도 희미하게 히죽거린다.


 그는 현관에 놓인 검은 구두를 본다. 오늘 그는 옥탑방에서 한 여자를 떠나보냈다. 현관 앞의 구두는 그 여자가 빠뜨리고 간 것이었다. 검은색 구두다. 그는 구두를 붙잡는다. 이상하게도 한쪽밖에 없는 짝짝이다.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려다 그는 구두를 든 채 현관 문턱에 주저앉는다. 있음으로 없음을 증명하는 것, 눈에 보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불러내는 것은 슬프다. 검은 구두는 그의 한숨의 끝을 가슴속에서 호출해 낸다. 그는 잠시 눈물을 흘리려다 관둔다. 코 아래까지 올라왔으나 눈물은 그가 강하게 다문 이빨 사이에 끼어 매끈하게 잘린다. 하얀 구두는 쓰레기봉지 속으로 당장 들어간다. 그는 다 채워지지도 않은 쓰레기봉지를 바깥에 내어 놓는다. 그러나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난간에 부딪히게 되어 있는 옥탑 계단에서 그는 머리를 세게 부딪힌다. 제기랄 잊어버려! 잊어버려! 잊어버려! 라고 그는 고함지른다. 옥탑 마당에 드러누워 머리를 싸맨 그에게 고양이가 살짝 울면서 다가온다. 고양이는 그의 얼굴 앞에서 서성거린다. 그는 고양이를 번쩍 든다. 암컷이다. 다음 날 그는 여느 때처럼 출근한다.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생닭을 싣는다. 그는 고속도로를 달려 생닭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질 필요가 있는 한 배달의 세계는 존재한다. 배달이라는 직업은 한곳에 머물기 싫어하는 방랑 근성이 있는 사람의 적성에 부합되는 존재형식인 셈이다. 그의 트럭에서는 비탈리의 샤콘이 흐른다.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그의 전화가 비탈리의 샤콘 사이를 비집고 울린다. 그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샤콘.

 

 

 


 그는 샤콘을 들으며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는 것은 그의 습관이다. 끊임없이 무언가에게 소통하기를 요구한다. 대상은 트럭 전면 유리창이든, 도로의 신호등이든 상관없다.


―짝짝이 여자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다. 짝짝이 코끝에 영롱한 스포트라이트의 구두 발자국. (오규원의 시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중에서 인용)

 

그림 안창홍


 짝짝이 구두. 짝짝이 구두. 그는 대학시절 읽었던 시를 중얼거린다. 그는 대학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닭 배달하는 자신의 모습이 몸에 밴 닭 비린내처럼 역겹다고 생각한다. 짝짝이 구두라는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길이 갑자기 막힌다. 에어컨을 한 칸 높인다. 한 쪽 구두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에어컨으로는 시원해지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한다. 차창을 열고 담배를 한대 문다. 막히는 길 위의 승용차 안에서 키스하는 남녀가 보인다. 그의 높은 트럭에선 그들이 보이지만 그들에겐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담배꽁초를 멀리 튕긴다. 샤콘을 끄고 라디오를 켜자 널 사랑하겠어, 언제까지나 널 사랑하겠어 라는 음악이 흐른다. 그는 의자 뒤에 손을 넣어 손에 집히는 대로 더듬더듬 시디를 꺼내든다. 딥퍼플이다. 사랑 노래를 가능한 한 빨리 멈추기 위해 그는 테이프를 급히 집어넣는다. 딥퍼플의 ‘Child In Time’ 라이브가 스피커 속에서 입을 크게 벌린다. 이언 길런의 보컬 목소리는 시원하게 뚫려 퍼진다. 그러나 길은 뚫리지 않는다. 그는 약속시간에 늦겠다고 생각한다.


―늦어서 미안하다. 길이 변비환자의 창자 속 처럼 막혀 있었어.


―괜찮아.


 그의 친구들은 머리가 길다. 그의 친구들은 한 쪽 구석에 악기들을 세워놓고 있다.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술을 따라준다. 그는 계획을 묻는다.


―공연 안하냐?


―보컬만 있으면 하지.


―여기 있잖아.


그가 말하자 친구들이 그를 향해 웃는다.


―짜식! 넌 항상 우리 멤버야. 잊지 말아줘. 너를 포함해야만 세상의 모든 권위를 밀어버릴 ‘하드락 바리깡’ 밴드야! 네가 없으면 전기 면도기 밴드 밖에 안돼.


―그게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하니?


 모두가 웃는다. 그와 친구들은 술을 털어넣는다. 그는 친구들이 고맙다고 생각한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음악을 한다. 알아주지 않는 밴드지만 정기적으로 공연도 한다. 이번엔 거리문화 축제에서 공연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꽤 유명한 밴드 앞에 나와 오프닝을 해 달라는 제의였다고 한다. 그는 무대에 서고 싶어한다. 무대에 서면 짝짝이 구두따윈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제기랄 근데 자작곡은 안된대. 그냥 분위기 띄울 락넘버들 좀 불러달래. 그의 친구 중에서 가장 머리가 긴, 기타 치는 친구가 머리카락을 한번 뒤로 젖히며 말한다.


―분위기 띄우는 곡이 뭔데?


드럼 치는 여자애가 말한다.


―뭐 ‘Creep’이나 ‘Holyday’ 같은 것 아니겠어?


베이스 치는 뚱뚱한 친구가 대답한다.


―난 그런 곡 부르기 싫어.


 보컬인 그가 말한다. 우리도 싫어. 친구들이 말한다. 그는 딥퍼플의 ‘Child In Time’을 제안한다. 친구들이 묘한 표정이 된다.


―응? 요즘 누가 그런 노랠 공연하니? 좀 말랑말랑한 걸 해야 되는 것 아냐? 우리 뒤에 나올 친구들도 무슨 모던락 밴드라던데? 게다가 그 곡 소화할 수 있냐? 젊고 튼튼할 때나 간신히 올리던 걸 닭 배달이나 하면서 올릴 수 있겠어?


 그는 갑자기 눈을 부라린다.


―제기랄, 우리는 하드락 밴드잖아. 하드락 밴드가 하드락을 부르는 건 식빵으로 토스트를 만드는 것 보다 당연한거야.


 오늘 트럭에서 들었던 ‘Child in time’의 머리카락이 쭈뼛거릴 정도의 강렬한 느낌을 그는 친구들에게 설법한다.


―난 내지르고 싶어, 소릴 질러야겠어, 얌전히 있지 못하겠어. 알겠지?


드럼 치는 여자애가 흥분하는 그를 보며 잠깐 웃는다. 그는 여자애를 본다. 여자애의 풀려가는 레게파마 머리와 귀의 피어싱을 바라본다. 언뜻, 그가 헤어진 여자와 닮아 보인다.


―그렇게 질러서 뭔가를 잊을 수 있다면 하지 뭐. 우리도 잊고 싶은 게 많거든.


 베이스 치는 뚱뚱한 친구가 말한다. 그는 술을 털어 넣는다.


―근데 그 곡은 키보드가 있어야 되잖아.


 머릿속에 갑자기 한 필름이 촤르르륵 감기며 돌아간다. 그것은 통, 하고 튀어오르듯 그의 머릿속에서 급격하게 재생되었다. 그는 헤어진 여자의 얼굴이 몇만 가지 표정으로 변하고 그녀의 몸짓들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는 것을 본다.


 어느 날 그의 옥탑방에 왔다가 어느 날 사라져 가버린 여자의 얼굴. 비염 때문에 코를 푸는 모습, 자유분방해 보이던 내추럴 웨이브 파마, 햇빛을 피해 모로 눕던 여자의 몸, 윗니만 드러나게 웃는 웃음, 은은하던 향기. 키보드를 연주할 때의 무표정하던 얼굴.


 그는 벌떡 일어난다.


―키보드 때문에 안되겠어. 그거 하지 말자.


 친구들이 그를 안됐다는 듯이 쳐다본다.


―우리 집에서 더 마시자. 내게 귀여운 고양이가 한 마리 생겼어. 밥 주는 걸 깜빡했군. 가서 구경들 하지 그래.


 그의 친구들은 고양이라는 말에 그를 다시 쳐다본다.


―너하구 좀 어울리는 걸 길러라. 고양이를 기르느니 나 같으면 머리를 기르겠어. 그 짧은 게 하드락 밴드 보컬의 헤어스타일이야? 난 우리 집 앞마당 잔디인 줄 알았어.


―아아 제발 잔디란 얘기는 하지마! 어서 우리 집에 가자고!


 그는 친구들에게 부탁한다. 그 여자의 이름이 잔디였다.


 그는 친구들과 옥탑방에 온다. 고양이가 달려나와 그의 다리 사이로 몸을 비비다 낯선 이들을 경계한다. 하루 만에 친근해진 고양이에 대해 그는 신기해 한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이 붙잡으려 하자 고양이는 책장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그는 남은 참치캔을 뜯어 책장 위에 올려 준다. 친구들과 그는 밤새 마시기로 한다.


―뭐 편하게 입고 있을 거 없어?


 드럼 치는 여자애가 말한다. 드럼치는 애가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은 그가 처음 본다. 그는 옷장을 연다. 그의 트레이닝복을 꺼내려고 했으나 여자용 반바지와 딸기색 티셔츠가 한쪽 구석에 있는 게 보인다. 드럼치는 여자애는 그것을 입는다. 마치 그녀 같다. 그는 또 머릿속에서 필름들이 한꺼번에 촤르르륵, 감기려는 것을 있는 힘껏 떨쳐낸다.


 그는 술냄새를 풍기며 운전하고 있다. 어깨에 딱따구리가 100마리쯤 앉아 부리가 닳을 때까지 계속 머리를 쪼아대는 듯한 숙취를 느끼고 있다. 그는 차를 세우고 해장국을 먹는다. 고양이에게 아침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 그의 집에서 자고 있을 친구들에게 전화한다.


―우리 고양이 밥 좀 챙겨 줘.


―젠장, 고양이 따위의 밥을 주라고? 고양이가 네 새로운 애인이냐?


―잔말 말고 줘.


―야, 올 때 닭 좀 싸 갖고와.


 친구들과의 전화를 끊는다. 그는 해장국을 먹고도 술이 안 깬다. 새로운 애인? 그는 내일 출근할 때는 고양이를 태우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운전하며 그는 ‘Child In Time’을 불러본다.


 ‘Sweet child in time you'll see the line∼.’


 가공할 고음이 시작되기 전 허밍 부분에서 그는 노래를 멈춘다. 앞차가 갑자기 멈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마터면 추돌사고를 낼 뻔했다. 그는 갑자기 멈춘 앞차의 운전자에게 내려서 따진다. 뭘 잘못했냐는 듯이 꼿꼿이 쳐다보는 여자는 핸드폰을 받고 있다. 단지 핸드폰이 왔기 때문에 도로 한복판에서 멈췄단 말인가?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아올라 에베레스트 산을 능가할 듯한 높이가 된다.


―이런! 제기랄! 받을 뻔했잖아. 넌 안 다칠지 몰라도 트럭에 탄 난 튕겨나간다고! 운전면허는 있는 거야!


 그는 과도하게 화를 내다 입에서 아직 술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는 아스팔트 위에 침을 탁 뱉고 트럭으로 돌아간다. 그는 이 일이 하기 싫어진다. 그나마 일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애인과 쉬는 날 놀러다니기 위해 선택한 직업이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도로라는 곳에서 흐르는 각종 짜증이 악질상사 같다. 인생의 공간은 어디든 짜증스럽다는 사실이 매우 짜증스럽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이라도 하고 월급 100만 원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월세를 낼 수 없어서 잘 곳을 잃고 밥을 사 먹을 수 없어서 굶어야 하고 합주비가 없어서 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올라오는 울화를 발로 꾹 밟는다. 트럭이 거칠게 움직인다. 그리고 딥퍼플의 ‘Child in time’의 고음 부분을 소리 지른다. ‘Ah Ah Ah!’ 소리는 전면 유리창에 부딪혀 반사되고 그의 귀를 아프게 한다. 창문을 모두 연다. 그래도 소리가 올라가다 막히고, 시원스럽게 공간을 지배하지 못한다. 훌륭한 보컬이란 자기 앞의 모든 공간과 시간을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안에서는 보컬을 연습할 수 없다.


 그는 튀긴 닭을 조금 들고 옥탑방에 돌아온다. 고양이가 그를 변함없이 반기고 친구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는 고양이를 꼭 껴안는다. 고양이는 그의 앞에서 귀엽게 사뿐거리다가 그를 핥는다. 그에게 갖은 신의를 보낸다. 그는 튀긴 닭을 뜯어서 고양이와 나눠 먹는다. 그는 고양이의 화장실 모래를 갈아준다. 냄새가 심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는 냄새 때문에 평소에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대해 놀란다. 그는 머릿속의 여자가 조금씩 고양이의 이미지에 덮여 가는 것을 느끼며 기뻐한다. 사람들이 짐승을 기르는 건 외롭기 때문이야 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여자보단 이런 고양이가 훨씬 나아. 그는 고양이에게 입을 맞춘다. 고양이와 꼬리잡기 놀이를 한다. 크게 웃는다. 고양이를 앉혀놓고 중얼거린다.


―짝짝이 코 끝에 영롱한 스포트라이트의 구두 발자국….


 버릇처럼 말해 놓고 그는 머리를 탈탈 털며 후회한다. 그는 고양이를 껴안고 잠들어버린다. 좋아하는 시를 바꿔야겠어, 라고 다짐한다.


 합주실에서 친구들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먼저 연습을 하고 있는 밴드를 구경하며 주눅이 들어있다. 그는 차 키를 돌리며 합주실에 등장한다.


―고양이 밥은 줬나, 닭대가리?


 목소리에 힘이 없다. 그는 일부러 과장된 말투를 쓴다.


―나를 닭대가리라고 부르다니. 난 트럭 운전사야. 엘비스 프레슬리도 트럭 운전사였다고. 하하하.


 기분이 좋다. 짝짝이 구두? 잔디?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친구들의 주눅이 풀리지 않는다. 11호실 안에서 연습하고 있는 밴드는 꽤 유명한 펑크 밴드였다. 하나같이 머리를 세우고 신나게 펑크에 몰입해 있었다. 펑크 정신과 펑크 실력을 겸비한 친구들이군, 하고 그는 생각한다. 그 역시 그들이 하는 하드락이 왠지 늙어빠진 것인 듯 주눅이 든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하드락이 좋아서 함께 뭉쳤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는 멤버들에게 닭튀김을 돌린다.

그림 안창홍

 


 
-오, 닭대가리, 닭 먹으면 손에 기름 묻어서 어떻게 연주하냐?


 그의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신나게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다. 그는 합주실 아저씨에게 2만 원을 낸다.


―난 자네들이 참 마음에 들어. 자네는 우리 시대의 정서를 알아. 합주실 아저씨는 2만 원을 서랍에 넣으며 그에게 말을 건다. 저 펑크 하는 애들, 얼마나 갈 것 같아? 펑크 정신도 락 정신의 기본기 중에 하나지, 그러나 락 정신의 영혼을 애무할 만한 것은 못 돼. 자네들은 내 가슴속의 락 정신을 매만져 주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이지.


―고마워요, 하지만 이젠 하드락이 별로 재미가 없어요. 마치 짝짝이 구두를 신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져 봤자 구두발자국은 짝짝이인.


―이봐, 음악을 재미로 하나? 하드락이라는 건 락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축에 속해. 순수는 곧 진실이지. 진실은 통하게 되어 있어. 쓰루 이즈 비러스!


 그는 순수, 진실 같은 단어에 대해 거북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true is virus’라는 걸 ‘쓰루 이즈 비러스’라고 잘못 말하는 것도 싫다. 그는 정말 순수하게 여자를 사랑했고 진실하게 여자를 대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끝나버렸다. 아저씨가 키보드 치던 여자애가 안 보이네, 라는 말을 하자 그는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문다.


 여자는 나의 무엇을 싫어했던 것일까, 라고 그는 고민한다. 사실 여자가 싫어할 만한 것은 많았다. 양말을 잘 갈아신지 않는다는 것, 방을 쓰레기장으로 만든다는 것,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 술값 외상이 많이 깔렸다는 것, 툭하면 일하다 때려치운다는 것,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꿈만 꾸고 있다는 것, 그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그런 것들이 지겹다. 여자는 가난했고, 본질적으로 가난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런 여자의 공포심을 조금도 채워 주지 못했다. 여자는 월세 내기 하루 전까지도 대책 없이 술만 마시고 있는 그를 무서워했고, 빚을 지고도 걱정하지 않는 그의 경제관념을 타박했고, 꿈만 꾸는 그의 가슴속을 연민했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저주했다. 여자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떠나기로 결심한 여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여자는 어느 햇살이 급류처럼 떠밀려오던 며칠 전, SM5를 끌고 나타난 어떤 남자의 차에 키보드와  옷들과, 거울과, 화장품들을 실었다. SM5를 타고 나타난 남자는 나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당신은 절대 잔디를 행복하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봐, 이 세상에 사랑 따윈 없다는 것 알지? 미안해.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얘기지만 잔디에게 듣자 하니 좀 현실에 길들여져야겠더군. 이제 곧 서른이라며.


 그와 그의 여자가 마음으로부터 서로 깊이 분리되어 있던 때라 그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든 난동을 피우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몸과 마음이다. 마음이 이미 떠난 사람이 몸을 돌리고 있을 때 그 몸은 잡을 수가 없다. 그쪽에선 마음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그의 몸은 이미 그녀를 떠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는 친구들과 연주를 시작한다. 우선 목을 푼다. 있는 힘껏 목소리를 질러 올린다. 배가 후들거릴 때쯤 목에 힘을 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사인을 내자 연주가 시작된다. 그들의 자작곡인 ‘하드락 바리깡’이다. 드럼 치는 여자애가 거의 스내어드럼이 부서질 듯 파워 있게 7연음을 때리자 기타와 베이스가 튀어나간다. 합주실 안에 그의 목소리가 가득 울린다. 펑크 하던 친구들이 바깥에서 땀을 닦고 있다. 그네들이 연습하고 나간자리에선 땀 냄새가 많이 난다. 그네들의 눈빛은 짭짤한 락 정신의 냄새를 풍겨대고 있다. 그는 한참 노래를 부르다 이상하리만치 무릎이 결린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음악과 지금 그가 부르고 있는 음악 사이엔 갭이 있다.


 만약에 저 친구들과 우리가 같이 걸어간다면 분명, 절뚝거리게 될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무시한다. 무시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Child In Time’의 연습이 시작된다.


 전주가 시작되고 키보드 대신에 기타 치는 친구가 디지털 이펙터 기타 소리를 변조해 주는 장치로 키보드 소리와 흡사한 느낌을 주며 연주를 시작한다. 그는 기타 치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기타줄이 씩 한번 웃는다.


 고음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그는 어깨에 무거운 추가 달린 듯한 심정을 느낀다. 빌어먹을 하루 종일 운전대를 잡고 있기 때문이야, 라고 그는 생각한다. 결국 고음의 끝이 갈라진다. 연주가 중단된다.


―인마, 새를 날려? 평소 하던 대로 해. 인생은 날아가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견디기 위한 투쟁이야.


 베이스 치는 뚱뚱한 친구가 땀을 흘리며 말한다.


―너한테 딱 어울리는 말이로군.


그는 다시 시도해 본다. 다시 끝이 갈라지지만 어느 정도 힘이 실린다.


―VDT증후군 같습니다. 컴퓨터를 많이 쓰시나요?


 의사는 그에게 묻는다. 아니요, 운전 일을 하는데요. 그렇군요, 의사는 물리치료를 권한다. 그는 물리치료비로 나가는 병원비가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다음 날 운전대를 잡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어깨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그는 물리치료실에 누워서 배송 담당 과장에 대한 생각을 한다.


―박상혁 씨, 와 면도를 안 하노? 집에 면도기 없나? 내가 어제 면도하라 캤나 안 캤나.


 배송 담당 과장은 사투리를 쓰며 그를 윽박질렀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 표준어를 쓰는 사람이 섞여 사는 서울은 짝짝이 도시다. 영어를 쓰는 사람과 파푸아뉴기니어를 쓰는 사람이 섞여 사는 지구 역시, 짝짝이 별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영업사원도 아니고 차안에 틀어박혀 닭이나 나르는 놈이 무슨 면돕니까. 그냥 되는 대로 살게 냅두세요.


―니는 말하면 그냥 네 하고 듣는 벱이 없노? 당장 보기 싫으니까 그카는데 시키는 대로 하면 될거 아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여기가 군댑니까? 말이 되는 걸 트집 잡으셔야죠.


그는 이상하게도 더욱 대꾸하고 만다. 모든 것이 짝짝이인 게 불만이다.


―트집? 트집이라 캤나? 이 새끼 당장 면도하고 온나!


 그는 사무실에서 뛰쳐 나온다. 그와 친한 동료가 그를 따라나온다.


―상혁아, 저 사람 원래 성격이 그렇잖아. 니가 참는 게 좋겠다. 나한테 일회용 면도기 있다. 깎고 와. 저런 사람이랑 상대를 한다는 건 이 짧은 인생에 있어서 낭비밖에 안 되는 거지. 다른 좋은 일에 신경 쓰기에도 인생은 짧아. 그리고 잠깐 면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 짧은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긴 시간이라고 볼 수 없어.


그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 버리려다 동료의 말을 듣는다. 말투가 웃겨서 친해진 친구였다. 모든 말 을 설명하듯이 한다.


―저 새끼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니 말을 듣는 거라고 치지.


 그는 면도를 하고 과장 앞에 선다.


―면도했습니다. 배송표 주세요.


―니 나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해도 괘안타고 생각했나? 내가 만만해 뵈는 갑지?


 그는 배송표를 낚아채 들고 나가버린다. 어 저 쌔끼 봐라, 라는 소리가 뒤통수에 꽂힌다.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저 나이에 저기 앉아서 저러고 있는 거야! 그는 화가 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쓸쓸해진다. 짝짝이 코끝에 영롱한 스포트라이트의 구두 발자국. 핸들을 잡고 시동을 걸자 어깨가 너무 아팠다. 사실 그의 큰 키에 비하면 트럭 운전석은 너무 좁았다. 쓸쓸함이 어깨 통증을 가속했다. 그는 가속페달을 세게 밟아 차를 급출발했다.


 그는 또 술을 마시고 있다. 고양이가 그의 술자리 맞은편에 앉아 있다. 고양이는 쓸쓸해하는 그의 무릎 위로 다가온다. 이 새끼 저리 가. 그는 고양이를 귀찮아 한다. 저리 가. 너랑 놀아 줄 기분 아냐. 고양이는 하지만 숫제 그의 무릎 위에서 얼굴을 내리깔고 잠이 든다. 그는 고양이를 집어던져 버리려다가 고양이라는 포근한 체온을 가진 동물이 자신의 삶에 기대어 드는 것을 느끼고는 숙연해졌다. 고양이의 털들, 아니 온몸에선 유연성을 겸비한 카리스마가 발출된다고 그는 느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쓰다듬어 본다. 고양이가 기분 좋게 그르렁대는 소리가 허벅지 안쪽으로 전달되어 온다. 고양이의 삶은 얼마나 걱정없고 편안한 것인가 하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편안함이 유연한 카리스마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고양이를 무릎에 누인 채로 기타를 든다. 줄을 고르고 ‘Try To Remember’ 라는 음악을 연주한다. 그가 여자에게 늘 불러 주던 음악이다. 그는 떠난 여자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짧은 것이고 순간 같은 것인데 순간의 시간 동안 잘살면 얼마나 잘살고 못살면 얼마나 못살겠는가. 그는 기타를 치며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짧은 인생은 이렇게 추억처럼 남을 것이다. 아등바등 사는 건 추억을 남기지 못한다. 짧은 인생이 끝날 때 추억할 것이 없는 사람들은 불쌍할 것이다. 스스로를 아주 불쌍해하며 후회할 것이다. 그는 계속 술을 마신다. 내가 선택한 건 하루하루가 추억인 보람찬 인생이란 말야. 안 그래?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추억은 짝짝이 구두의 기억마저도 희끄무레한 원형 물체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거라고. 고양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다.


―트럭운전수, 이럴 줄 알았어. 딱 걸렸어.


 기타 치는 친구가 찾아온다. 옥탑은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 결코 돈 있는 자들이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는 기타리스트를 반갑게 맞는다.


―벌써 소주 까고 있네, 회사에서 좆같은 일 있었대매?


 기타리스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지 헬멧을 벗고 자신이 사온 소주들을 꺼내 놓는다. 때려치워 때려치워. 그거 얼마나 준다고 달라붙어 있어? 기타리스트는 그를 위로한답시고 말한다. 그는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너네들 중에 하나라도 돈 벌면 당장 때려치운다.


―에이 우리는 머리가 길어서 일 못해. 머리 깎느니 일 안 하고 말지. 머리 깎을 용기가 있는 너나 되니까 돈 버는 거지.


―고양이 잔다. 살살 말해라.


―그 고양이가 설마 그 잔디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끔찍이 위하는데? 그래, 하지만 나쁘진 않군. 인간보단 동물이 나을 때가 많아. 단, 섹스를 못한다는 점이 아쉽지만.


 기타리스트는 그를 놀린다. 그는 다시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술이 좀 취한 그는 ‘Sweet child in time∼’ 하고 나직히 노래를 부른다.


―그래, 어린 시절은 달콤했었지. 달콤했었어. 지금은 쓰디 쓰고. 이럴 줄 알았으면 어른이 되지 않는 거였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설날에 괜히 떡국 두 그릇씩 먹었던 게 후회 되네.


 그는 술주정처럼 중얼댄다. 고양이가 깨어 이불더미가 쌓인 곳으로 자리를 옮겨간다. 그들의 대화가 시끄러웠던가 보다. 고양이는 그 위에서 다리를 곧게 펴고 앉는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조금 쓸쓸해진다. 그의 곁에 있던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쓸쓸해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친구 기타리스트가 있다. 그는 기타리스트의 노래에 맞춰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해 준다.


―기타도 꽤 치는걸?


―내가 기타 치고 네가 보컬 할래?


―좋아. 뭐든 어때? 끝내주는 하드락만 하는 거야. 고양이는 키보드를 시키자고.


그는 씩 한번 웃어 준다. 그와 동시에 노래를 크게 부르고 싶어진다.


―야 오토바이 키 좀 줘라. 한강 좀 갔다올게. 가서 노래 연습 좀 해야겠어.


―지랄! 술 마셨잖아, 안 돼.


 그는 기타리스트에게 사정한다. 안 취했어, 안 취했단 말야. 금방 가서 목만 좀 풀고 올게. 못 믿겠으면 같이 가든가. 기타리스트는 주섬주섬 바지 사이에서 열쇠를 꺼내 준다. 술이 약한 그는 열쇠를 꺼내주고 고양이 옆에 쓰러져 잠든다. 그는 기타리스트의 오토바이를 타고 한강으로 간다. 귀 옆을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다고 느낀다. 눈앞에 펼쳐지는 사물들이 휙휙 뒤로 날려 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낀다. 달리고 있다는 속도감이 경쾌하다고 느낀다.


 그는 한강에 도착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Child in time’의 고음 부분이 저절로 올라간다. 그는 희열에 차 ‘Ah Ah Ah’ 하고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한강을 바라보던 연인들이 그를 비켜간다. 그는 그의 소리가 멀리 뻗어나가는 것을 느낀다. 한강 건너편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듯한 충만감에 휩싸인다. 락 정신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창궐한다. 그는 공간을 장악해가고 시간까지 장악해간다. 목소리가 시공을 초월하면서 완벽한 절정에 다다른다. 인간의 삶도 없고, 짝짝이 구두도 없고, 잊혀지지 않는 여자의 얼굴도 없고 사투리를 쓰는 배송과장도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있을 뿐. 무겁게 퍼지는 하드락처럼 도도하게 존재할 뿐.


 그는 노래를 다 부르고 난 후 한강가에 걸터앉는다. 담배를 피우려다, 슈퍼의 라면 박스 위에서 보았던 어미 고양이의 도도한 매력이 넘치던 자세를 떠올린다.


 그도 등을 곧게 펴고 표범처럼 앉아본다. 기분 좋은 웃음이 잠깐 그의 심장 박동에 감흥을 싣는다. 바람이 두 가닥으로 공간을 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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