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어머니 혹은, 담석증 / 김성용

시인 최주식 2010. 3. 6. 23:26

어머니 혹은, 담석증 / 김성용

자취방 침침한 형광등 아래에서
때를 거른 허기가 3인용 밥솥에 쌀을 씻습니다
콘센트는 110V로 감전되고
밥솥은 마냥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습니다
자르르르 식욕이 방안을 뜸들입니다
인심 넉넉한 주걱이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
한 끼 밥만을 담으면
나머지는 게으른 내일의 몫이 됩니다
짧은 기도가 끝나고
허겁지겁 뛰어든 밥상 앞에서 문득
좁쌀만 한 어머니가 씹혔습니다 눈물이 아팠습니다
어머니는 점점 내 안에서 돌이 되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형광등이 그 큰 눈을 껌뻑이며
밥상 앞에서 다 큰 사내가 눈물을 보인다고 부끄럽다고
서럽고도 따뜻한 내 눈물을 훔쳐 주었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어머니는 내 안에서
돌이 되어 아프게 날 키우셨습니다
그리움의 병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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