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때? / 이정란
등바랜기우뚱한의자야 상상하지못하는복사기야 철지난문예지야 몇년째같은문구안고있는상패야 말못하는전화기야 손안닿는책꽂이에쌓인먼지야
매일 보이는 얼굴이 심-심-하니?
빨간 고무장갑아, 내 손가락 잘라 끼우고 싶니?
계란아, 내 머리를 계단으로 굴리고 싶니?
비누야, 내 살 녹여 거품으로 만들고 싶니?
귓불 애무하는 속삭임이 자냥스럽지 않니, 공기야?
몸 안에 사육하는 것들 차례차례 죽이고 잔디만 키우고 있는 속수무책아,
도굴당한 왕릉 같구나
오래된 책이 그러듯 신선한 이파리 하나 떨어뜨려 봐
일상 싸먹고 환해지게
요즘 밤마다 삼각산 성벽에 불이 환하게 켜지더라
산 싸먹고 어둠 싸먹고 밤하늘 아래 혼자만 환해 있더라
성벽 기어오르던 작은 벌레들도 다 먹혀 빛이 되어 있을걸
난 어떠냐고?
<열린시학> 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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